2016.1.3. 춘천주보 4면.
사목단상 - 잊지 말아 주십시오
주일미사 강론을 할 때에 저의 인사는 “찬미예수님! 한 주간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옆에 교우들과 인사 나누십시오.”였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신부님들께서 이런 인사로 강론을 시작할 것입니다.그런데 저는 지금 이 인사 나눔을 하지 못하고 그저 “찬미예수님!” 이라는 인사만 드리고 있습니다.
벌써 재작년이 되었네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저는 차가운 물속에 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우리가 한 주일 잘 지냈다고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구조 가능 시간 몇 시간, 몇 시간 하다가 결국 구조에 실패 했고 생존자를 구할 수 없다는 소식과 차가운 시신이 되어 돌아오는 아이들의 소식에 너무나 아프고 슬프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잘 지내셨습니까?” 를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사실 강론을 시작하면서 이렇게 서로 인사 나누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고 진실이 밝혀진 뒤에 다시 “한 주간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옆에 교우들과 인사 나누십시오.” 라는 인사를 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다시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그리고 반 년, 일 년.......이제는 2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 아직도 이 인사를 할 수 없음이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 전 세월호 관련인들의 청문회가 있었지요.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그렇게 중차대한 일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나라 대표 방송사들은 거기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정과 내용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당시 구조 담당자, 책임자, 지휘자들은청문회 안에서 그저 “기억이나질 않는다!” 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그랬던 것 같다.” 와 ‘다른 사람이 알아서 잘 할 줄 알았다.’ 는 식의 대답이 주를 이뤘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이들이 철이 없어서” 말을 듣지 않았다는 식의 발언까지 했습니다. 잘못을 한 이들을 제외한 자녀를 잃은 부모님들,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들은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하면 그저모르고 기억나지 않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청문회 마지막 날에는 적반하장으로 조사를 받는 이들이 “왜 자꾸 우리만 갖고 그러냐?” “나와 관련 없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나가겠다.” 라며 ‘짜증 섞인 화’ 를 내기도 했습니다.
죽은 아이들 살려달라는 것 아닙니다. 보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진실을 알려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잘못한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깊은 반성과 책임을 지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혹시모를 참사가 다가왔다 하더라도 대응을 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아이, 우리 아이, 하느님의아이들을 지켜 주십시오. 그렇게 되기 위해 진실을 밝히는 데에 힘을 합쳐 주십시오.
그리고 잊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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